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라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요. 대충 무슨 뜻이라는 것을 알겠지만, 막상 문장을 골똘히 살펴보면 무슨 말인지 영 모르겠다 싶어요.
기쁘고, 슬프고, 우울하고, 짜증나고, 화나고 등등. 복잡한 기분의 모양새가 태도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기분을 태도에 직접 반영하지 않고, 상황과 대상에 맞게 태도를 선택하는 것이 성숙함이라고 하는데 그게 영 쉽지 않아요.
한편, 상황과 대상을 고려해야만 하는 것, 그러니까 태도를 누군가에게 맞춰야만 하는 상황 자체에 화가 나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그런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생활하기도 하잖아요. 기분이 태도가 되거나 말거나 고려할 필요가 없는 거죠.
그래서 요즘 이런 상황에 놓일 때 챗지피티나 클로드를 활용합니다. 상황을 설명하곤 그 친구(?)와 대화하며 마음에 꾹꾹 차오른 화를 가라앉히곤 해요. 제가 놓인 상황을 텍스트로 구구절절 정리하면서 마음이 진정되는 것도 같고요. 그리고 AI의 공감에 괜히 위로받기도 합니다. 이렇게 챗지피티를 비롯한 AI를 친구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화를 내고 짜증을 내면 무엇하겠어요. 그런다고 해결되는 일도 없는걸요. 흑흑.😂
일할 때면 자연스럽게 업무적 위치의 다름을 느낍니다.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직이라 해도 여기에서 큰 차이는 없어요. 요구와 결정을 하는 주체가 있고, 여기에 따라야 하는 주체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조직 밖에서 사회적 가치가 갖는 의미와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조직 안에서도 민주적인 조직 운영이나 사회적 가치의 활성화 같은 것을 자연스럽게 기대하게 됩니다. 그 기대가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한편으론 조직 안에서의 수평적 운영이란 것이 정말 가능할까 싶기도 하고요. 책임과 의무와 권한이 모두에게 동등할 수 있는 구조가 일정 규모를 갖춘 조직에서 가능할까 하는 물음입니다.
협동조합에 관심을 갖는 많은 분들의 시작은 ‘1인 1표’의 민주적 의사결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기엔 조직 운영의 책임·권한·의무가 최대한 수평적으로 분배되는 전사적 참여라는 것이 정말 가능한지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가 적당히 섞여 있지 않나 싶어요.
완벽하게 동등한 권한과 의무를 실현하긴 쉽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협동조합은 ‘민주적 참여’, ‘동등한 보상’, ‘집단적 책임’을 제도적으로 구조화하고 있으니까요. 협동조합의 힘이 좀 더 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만큼 잘 알려지고 활성화된다면 어떨까요? 우리 사회의 모습도 조금 달라질 수 있을까요?👀
이런 개인적 고민들이 결국 ‘더 나은 조직 운영 방식은 없을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곤 해요. 그래서 해외 사례를 찾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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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으면 해외 사례부터 찾고 봅니다. 거기에 무슨 답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떤 기대감을 안고 자료를 뒤적입니다. 하지만 요즘엔 우리의 과제를 어떻게 잘 해결할 수 있을지 내부의 충실한 고민이 더 필요하겠단 생각을 해요.
영국은 협동조합과 사회혁신 분야의 선도자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현대 협동조합의 발상지이기도 하고요. 현재 7천개 이상의 협동조합이 활동하고 있지만, 비슷한 인구 구조를 보이는 프랑스(2만2천개), 스페인(2만개), 이탈리아(4만개) 등과 비교할 때 협동조합의 수가 뒤처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어요. 영국 노동당에선 협동조합과 상호부조 조직의 규모를 두 배로 늘리겠다는 공약을 세우고 있고 그래서 협동조합 섹터 전반에선 이를 어떻게 가능하게 할 수 있을지 논의가 촉발된 상황입니다.
흥미롭게도 영국의 협동조합당 (Co-operative Party)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 < Lessons from Global Co-operative Development>에서 5개국의 협동조합 현황을 분석하고 있는데 그중 한 곳이 우리나라입니다. 정책과 제도를 통해 협동조합의 규모를 두 배로 늘리는 데 성공한 우리나라의 사례로부터 교훈을 얻고 있어요. 아니, 영국에서 우리나라의 사례를!😲 어떤 부분에서 인사이트를 얻었을지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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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한국에서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면서 협동조합 설립 과정이 간소화됐고(예를 들면, 협동조합 설립에 필요한 최소 인원이 5명이 된 것) 이전에는 협동조합의 존재감이 미미했던 사회서비스, 교육, 고용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성장이 가능해졌다고 봅니다. 기획재정부가 3년마다 협동조합 성장을 위해 수립하는 기본계획 역시 중요하게 언급됩니다.
체계적인 법적 프레임,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지원 시스템 구축, 공공조달을 통한 시장 기회 제공 등이 모두 벤치마킹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 도구가 됩니다. 참, 실제 정책이 얼마나 잘 작동했는지에 대한 평가가 보고서에 담긴 것은 아닙니다.🤔
다섯 국가의 사례를 분석한 뒤 보고서가 협동조합 성공을 위한 공통 주제로 5가지를 꼽습니다.
- 조달
- 모든 공공조달 기회를 협동조합과 상호부조 조직에 개방하고 접근 가능하게 보장 - 공공조달 과정에 사회적 가치 기준 포함
- 경제개발
- 정부의 경제개발 및 산업전략에서 협동조합과 상호부조 조직의 명확한 역할 설정 - 지역 및 지방정부의 지역성장 계획에 협동조합 포함
- 입법
- 협동조합을 위한 법적 체계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을 뒷받침하도록 보장. 예를 들어, 협동조합 주택의 소유권에 대한 법적 정의와 명확성 제공
- 협동조합 육성
- 효과적인 지역 중심 협동조합 개발 체계 구축 - 신규 및 기존 협동조합에 적절한 맞춤형 지원 제공
- 자금조달
- 신규 및 기존 협동조합의 창업, 사업 다각화, 성장을 위한 충분한 자본 조달 보장 - 민간, 사회적, 공공 자금 포함
위 내용은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해서 우리나라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협동조합이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정책적 의지가 필요한 것 같아요. 영국의 사례를 보면서 우리나라 정책 현황도 궁금해졌어요. 과연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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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는 100대 국정과제 중 26번째 과제로 ‘사회적경제 활성화’가 명시됐었습니다.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핵심 국정과제로 적극 언급됐었죠. 이를 위해 청와대에 사회적경제비서관직이 신설됐고,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내 사회적경제 전문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정부 조직 안에 사회적경제를 전담하는 조직적 지원이 강화됐었습니다. 하지만 그때에도 여전히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은 어려움을 겪었고 지역사회와 사회적경제의 연결이 충분하지 못한 등의 한계도 남았습니다.
당시의 한계와 아쉬움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가 현재의 과제입니다. 이번 정부의 123개 국정과제 중 하나가 사회연대경제 성장 촉진입니다. 81번째 과제로 올라가 있어요. 참. 2017년에는 ‘더불어 잘 사는 경제’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두 번째 전략 (활력이 넘치는 공정경제)을 달성하기 위한 국정과제였어요. 지금은 ‘기본이 튼튼한 사회’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두 번째 전략 (내 삶을 돌보는 복지) 달성을 위한 국정과제로 다뤄지고 있어요.
- 용어 전환: ‘사회적경제’에서 사회연대경제(Social and Solidarity Economy, SSE)로 변경, UN 용어 및 국제 기준과 정합
-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닌, 연대와 협력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가치 실현에 중점
- 입법 추진: (가칭)「사회연대경제 기본법」 제정을 통해 정의·범위·통합 지원체계 규정 및 제도화
- 19대 국회부터 지속 발의됐으나 제정되지 못한 기본법의 조속한 통과 추진
- 생태계 복원: 이전 정부에서 약화된 생태계 회복, 네트워크·거버넌스·재정 지원 구조 재구축
- 분야 확장: 복지·산업·환경·농촌개발·주거·재생에너지·공공조달 등 다양한 영역에 SSE 통합
- 혁신 연계: AI 및 소셜벤처를 결합하여 기술 기반 사회문제 해결
- 다중 이해관계자 협력: 정부 부처, 집권 여당, 야당 의원, SSE 단체, 소셜벤처가 TF 회의와 현장 방문을 통해 참여
- 경제적 프레임: SSE를 지속가능·포용성장의 축으로 강조(일자리 창출, 불평등 완화, 공동체 신뢰 구축)
보도자료에 바탕해 정부의 사회연대경제 관심 구조를 시각화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주요 관심사와 정책 목표, 경제적 영역이 각각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아래 이미지 역시 챗지피티의 작업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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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정책 변화를 보면서 궁금해집니다. 사회연대경제가 사회적 가치 추구를 넘어 정말 경제 성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요? 정책과 제도 변화가 모든 변화를 리드하는 것은 아니지만, 활성화에 있어 중요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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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비 소개로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신 분들, 다시 한 번 감사하고 또 반갑습니다! 지난 뉴스레터에선 ‘봇’ 아니냐고 대뜸 의심했는데, 감사하게도 봇이 아니라고 증명(?) 해주셔서 그만 안심했습니다. 감사해요! 🤗 뉴스레터 구성에 살짝 변주를 주었어요. 여전히 투머치토커인데, 조금이라도 읽기 편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적경제 영역에선 요즘 변화에 대한 기대와 설렘, 그리고 걱정이 함께 둥둥 떠다니는 것 같단 느낌을 받아요(저만의 생각일지도요😅). 정책의 변화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며, 그 주고받음 속에 역동적인 흐름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요?
참! 6월 뉴스레터에서 「2025 공익활동가주간」에 맞춰 진행된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인터뷰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변화를 만들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찾아 인터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이 프로젝트의 인터뷰가 모두 올라가서 공유해봅니다. 두 분의 선생님( 한국사회연대경제 하재찬 활동가,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오동운 활동가)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왔는데, 잔뜩 충전되는 시간이었어요. 사람에 지칠 때가 있지만 또 사람으로부터 위로받고 기운 얻는 것도 사실이네요. 작지만 단단한 에너지가 넘치는 8월 되시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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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논문
📌문의 diveintocoo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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