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느 소셜미디어를 봐도 친구들의 일상을 알기가 쉽지 않아요.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브랜드 광고나 인플루언서 콘텐츠 투성입니다. 소셜미디어인데 ‘소셜’한 콘텐츠가 안 보여요. 소셜미디어가 TV 같아졌다고나 할까요?
지난 7월 뉴요커에는 소소한 일상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것이 예전 같지 않다는 내용을 담은 칼럼 <Are You Experiencing Posting Ennui?>이 나왔습니다. 일상의 평범한 순간을 낯선 사람들과 공유하는 과거의 소셜미디어가 이제 치밀하게 계산되고 큐레이션된 ‘무대’가 되었다는 거죠. 어떤 콘텐츠를 올려도 알고리즘에 의해 친구들에게 도달되지 않고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때론 무의미한 콘텐츠들과 경쟁해야 합니다.
이렇게 포스팅할 인센티브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개인의 생각을 올리는 것의 위험성(또는 심리적 부담)도 점점 커집니다. 칼럼은 2020년 Black Lives Matter 운동 당시, 전 세계적 또는 국가적 위기와 개인의 소소한 일상을 포스팅하는 것 사이의 간극 때문에 사람들이 주저했다고 언급합니다.
필자는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 일상을 공유하지 않는 ‘포스팅 제로(posting zero)’ 시점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습니다. 단지 포스팅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소셜미디어의 본질적 목적과 가치에 대해 재평가를 하는 시기가 된 것일지도 모르죠. 한편, 이런 변화가 오히려 대면 상호작용이나 오프라인 모임 등 기존의 소통 방식으로의 관심과 참여를 가져올지 모른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의 본래 목적과 의미는 변화의 흐름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고 억지로 붙들고 늘어지기보다 변화의 흐름을 인정하고 그에 맞춰 행동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지 모릅니다. 소셜미디어의 변화에서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도 비슷하죠. 익숙한 것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때가 있어요. 어찌 보면 잘 나갈 때일수록 선택지가 많고, 그래서 고민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딘가 수세에 몰려 있을 때, 그 절박함에 의한 선택이 기회를 잡게 하는 것일지도요. 사실 언제나 완벽한 타이밍이란 것은 없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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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초 오랜만에 책 한 권을 샀어요. 자기계발로 분류되는 책을 일부러 사는 일은 거의 없는데 말이죠. 전직 프로 바둑기사이자 울산과학기술원 특임교수인 이세돌의 <이세돌, 인생의 수읽기>가 그 책입니다. 책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건, 이 기사를 읽었기 때문인데요, 인터뷰 내용 하나하나가 이세돌이란 사람을 더 궁금하게 하더라고요. 우리 사회가 변화의 흐름을 논의하는 데 느린 이유에 대해 묻는 말에 그의 답변이 인상 깊었습니다.
“결국 변화가 싫은 거죠. 귀를 닫고, 눈을 감고, 지금 상태가 편하니까 그대로 머무르려는 겁니다. 알파고가 나왔을 때도, 이후 챗GPT가 등장했을 때도 마찬가지예요. 이벤트에만 집중할 뿐, 그게 사회적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왜 그런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우리 사회 전반에 깔린 분위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정치적 의미가 아니라, 한국 사회 자체가 극도로 보수적이라는 겁니다. 기존의 것을 바꾸려 하지 않으니 하다못해 세대 갈등, 남녀 갈등 같은 현상도 풀리지 않고, 결국 멈춰 있는 사회 안에서 갈등만 더 심해지는 거죠.”
그래서 당장 사서 책을 읽었는데, 바둑의 세계에서 체화된 원칙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며 자기만의 기준과 결단을 내리는 사람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바둑과 인생에서 중요한 건 어쩌면 지금 이 순간 내가 생각하는 나만의 수를 찾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그 선택으로 비록 좋지 않은 결과가 오더라도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는 묘수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종종 남들이 다 하는 ‘통상적 선택’에 끌리지만 결국 오래 남는 건 ‘나다운 선택’이다. 자주 갔거나 눈에 보이는 길보다 지금 내 마음이 닿는 길을 따라간 적이 있다면, 이미 나만의 길을 찾은 것이다. (중략)
그렇다고 해서 늘 안전한 수만 두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대국에서 승부수가 있어야 흐름이 바뀌고, 의미가 살아나듯 인생에서도 언젠가는 단 한 번, 제대로 된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때가 온다. 오랜 시간 갈고닦은 실력과 통찰, 그리고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직감이 맞물릴 때 그 순간을 피하지 않고 맞서는 용기야말로 인생의 판을 바꾸는 힘이 된다. 승부수는 위험하지만 동시에 기회를 만들어내는 힘이다. 때로는 모든 것을 걸고서라도 새 길을 열어야만 할 때가 있다. 중요한 건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이세돌, 인생의 수읽기> 본문 중
누구나 할 법한 이야기인데 막상 이런 이야기를 직접 해주는 사람은 드물거든요. 다른 사람이 하는 만큼만, 중간 정도라도 가기 위해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나다운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놓인 상황에서 선택의 폭은 점점 좁아만 지는데 말이죠. 그렇지만 직감을 믿고 또 피하지 않고 맞서는, 승부수를 던지는 때를 생각해봅니다. 외부의 변화는 인정하지만, 그 환경에서도 나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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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간 사회적경제를 둘러싼 변화도 컸습니다. 특히 정책 변화가 영향을 많이 주었죠.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시행된 2007년부터 사회연대경제 활성화가 123개 국정과제 중 하나(81번)로 추진된 2025년까지. 시기별 정책 흐름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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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시행과 함께 사회적기업에 관한 법적·제도적 틀이 만들어졌고 이후 공공구매 등을 통한 사회적기업의 규모 확대가 모색되었죠.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은 ‘누구나, 모든 분야에서’(물론 금융·보험업은 제외입니다만) 협동조합을 쉽게 설립하고 운영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사회적경제 영역의 구조와 역할에 큰 변화를 가져온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2017년 이후는 사회적경제 생태계 구축의 측면에서 논의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어요. 개별 기업을 넘어 하나의 시스템으로 기능할 때 사회적 가치 창출과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겠죠. 규모가 크지 않은 사회적경제 조직은 시장 경쟁에서 불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생태계 논의는 이를 ‘협력과 연대’를 통해 극복하는 것에 초첨을 맞추고 있어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경쟁력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협력 사업이나 공동구매·판매 플랫폼 구축 등이 이뤄졌죠.
하지만 지난 몇 년 사이 사회적경제 영역은 지원 축소와 침체라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다시 제도 복원을 논의하는 이 시점은, 정치적 변동성을 넘어서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그래서 ‘승부수’를 던져야 할 타이밍일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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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에 살펴본 자료는 <Social Economy Science: Transforming the Economy and Making Society More Resilient(2023)>의 두 번째 챕터인 ‘Public policies to advance the social economy’입니다. 이 책은 현재 경제모델이 지속가능성 및 위기관리에 한계를 나타내면서 사회적 불평등, 양극화, 환경 악화 등의 문제에 직면했고, 사회적경제가 이를 극복하고 어떻게 사회를 더 회복력 있게 만드는 동력이 될 수 있는지를 논합니다. 그중 두 번째 챕터는 사회적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어떤 정책을 취하고 있는지를 사례를 통해 다루고 있어요.
저자들은 사회적경제는 1) 취약계층에게 효과적으로 사회서비스 제공, 2) 지역사회에 뿌리 내리고 사회적 목적 중심으로 운영, 3) 미래 공공 지출 비용 절감(예: 질병 예방, 고용 통합)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시장과 정부 실패를 보완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사회적경제 발전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건데요 크게 다섯 가지로 이를 구분합니다.
- 법제도적 설계
- 금융 접근성 지원: 정부의 직접 투자 및 자금 지원, 기존 금융사와 사회적 투자자의 참여 장려
- 공공 및 민간 시장 접근 제고: 사회적 조달 활성화
- 역량 강화 및 사업 개발 지원(여기에선 우리나라의 사회적기업진흥원 설립이 사례로 언급됩니다)
- 데이터 생산 지원: 신뢰할 수 있고 비교가능한 통계 수집
사실 새롭진 않아요. 이미 국내 논문과 보고서 등에서도 여러 번 반복해서 언급된 내용이거든요. 저자들은 우리나라를 사회적경제 선진 사례로 여러 차례 언급하고 있습니다.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 2010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설립 등이 구체적 사례로 제시되어 있고요. 우리나라에서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관한 정책 흐름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법·제도적 설계의 사례로 멕시코 사례가 간략하게 언급되고 있는데요, 참고할만한 부분이지 않을까 싶어 좀 더 찾아봤습니다. 2012년 멕시코는 사회연대경제법(Social and Solidarity Economy Law)을 제정하면서 경제부 산하 행정 기관으로 국가사회적경제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Social Economy, INAES)를 설립합니다.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경제 진흥 업무를 담당하는 한편, 교육, 자금 지원, 시장 접근성 제고 등 종합적인 지원을 도맡아 하죠. 그런데 2018년 이후 INAES는 복지부(사회개발부가 복지부로 명칭 변경) 산하의 행정기관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사회적경제 조직을 다양한 경제 부문에서 육성해 국가의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역할로 봤다면, 이후에는 경제적 포용이나 사회적 복지 측면에서 사회적경제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INAES의 역할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지만, 소속 부처가 경제부에서 복지부로 바뀌고 정부의 복지 정책이 강조되면서 INAES의 프로그램과 예산 집행은 사회적경제가 취약계층의 자립을 위한 복지나 경제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요. 이러한 관점의 변화는 우리에게도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들은 한국을 사회적경제 선진 사례로 언급했지만, 정작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정책 축소와 침체를 경험했습니다. 다시 제도 복원을 논의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다른 나라 사례야 참고할 수는 있지만 그대로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맥락에서 본질적 가치를 어떻게 지켜나가고 단단하게 다져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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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더위가 한창일 때 뉴스레터를 발송하고 가을비가 연일 내리는 시월이 되어서야 돌아왔네요. 오랜만에 뉴스레터를 보내려니 괜히 긴장됩니다😂...
지난 두 달여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요. 다시 원래의 패턴을 찾기가 쉽지 않아요. 여전히 헤매는 듯하지만, 시간에 먹히지 않도록, 의지를 다져봅니다. 곧 또 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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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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