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들은 커뮤니티 협동조합 사례연구가 여럿 있지만, 농업과의 결합을 다룬 연구는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서 본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첫 번째 사례는 마르케 지역의 발다소(Valdaso) 계곡에 자리한 농업협동조합입니다. 지속가능한 대안적 농업생산을 촉진하고 지역의 문화유산을 가치화하여 커뮤니티의 복지를 끌어올리는 목표를 가진 협동조합으로 2016년 설립됐다고요. 노동자조합원, 투자자조합원 등 다양한 형태로 협동조합에 참여할 수 있으며 조합원 중에는 건축가, 의사, 농학자 등 전문성을 가진 이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협동조합의 주요 사업은 밀 공급망의 전체적인 관리입니다. 재배부터 제빵 제품의 생산과 판매까지 전체를 아우르고 있죠. 여기에 제품 생산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문화행사가 정기적으로 열립니다.
협동조합의 설립자 인터뷰 중 인상 깊은 대목이 있었는데요. 불과 15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내륙지역의 사정을 잘 몰랐던 해안지역 주민들이 협동조합의 활동을 통해 그 지역의 가치를 이해하고, 공동체에 소속감을 느끼길 바란다는 인터뷰 내용이었습니다. 지리적으로는 가까웠을지 몰라도 마음의 거리는 멀었던 이들이 협동조합을 매개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싶었거든요.
두 번째 사례는 지진 피해를 보고 인구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내륙지역의 협동조합입니다. 지진으로 파손된 건물을 재건하기에 앞서 공동체를 재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합니다. 협동조합의 활동 중 하나는 밤나무숲을 복원하는 것인데요. 나무를 되살리는 목표만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복원한다는 점이 강조됐다고요.
협동조합은 직판 채널을 두고 있는데 비조합원 생산자도 참여할 수 있고 대형유통업체보다 높은 매입가를 보장해뒀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인근의 다른 밤 생산자들이 먼저 나서서 자기 밤나무숲 관리나 생산물 공급을 맡기고 싶다고 협동조합에 연락해온다고요. 그렇게 신뢰가 실제 거래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죠.
두 사례 모두 지역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네트워크를 통해 협력 관계를 형성하는 데 집중합니다. 한편, 첫 번째 협동조합의 인터뷰 중 마르케 지역의 공공기관이 커뮤니티 협동조합에 무관심한 부분을 지적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법적 인정을 받지 못하다 보니 공공자금에 대한 접근 자체가 제한된다는 구조적 문제를 볼 수 있죠.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느끼는 건 우리나 그들이나 제도적 한계에 대한 아쉬움입니다. 물론 제도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현실의 문제를 풀어가는 현장의 시도를 독려하고 뒷받침하는 일만큼은 제도가 해야 할 몫이 아닐까 싶어요. 제도적 지원 없이도 현장을 채워가는 이들의 노력이 있기에, 그 뒷받침의 필요성이 더 선명해진다고 생각하고요. 현장이 있기에 제도가 의미를 갖고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