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뒤늦게 < 미지의 서울>을 보고 있습니다. 괜찮단 이야길 많이 들었는데 작품 완결되기 전에 시작하는 것이 망설여지더라고요. 그래서 마지막화가 올라오자마자 드라마를 보고 있어요.
이런 시리즈를 볼 때, 제가 보는 방식이 좀 특이합니다. 1, 2화를 보고 마지막화를 봅니다. 그리고 다시 3, 4화부터 쭉 정주행하거나 다시 3, 4화 보고 마지막 바로 전 영상을 살펴보는 식이에요.
쉽게 말해 이미 결론을 확인하고 작품을 보는 거죠. 생각해보면 소설을 읽을 때도 그렇습니다. 대충 결말이 어떤지 알고 난 뒤 읽어야 안심이 된달까요?😂
누구는 스포일러를 당하지 않으려 노력하는데, 저는 스포일러를 찾아 헤맵니다. 이렇게 작품을 볼 때의 장점은, 복선을 더 눈여겨볼 수 있다는 점과 캐릭터의 미묘한 변화를 역으로 추적하며 살펴볼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이건 특이하게 작품을 보는 저만이 느끼는 장점이겠죠.ㅎㅎ 여튼 미지의 서울도 1, 2화를 보고 마지막화인 12화를 보고 다시 3화부터 쭉 정주행 중입니다.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
주인공이 문밖을 나서기 전에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하는 말인데, ‘오늘을 살자’는 그 말이 자꾸 기억납니다. 현재에 집중해야 하는데 이미 지난 시간과 오지 않은 시간을 아쉬워하고 불안해합니다. 지금의 내가 하는 행동과 말에 집중하지 못하고요. 하루를 시작할 때마다 방문을 열고 나설 때마다 자기 다짐을 하는 ‘미지’처럼 아직은 모르지만, 분명한 건 내가 만들어갈 오늘을 좀 더 충실히 살아야겠단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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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불확실하단 이야길 많이 합니다. 변화는 상수입니다. 예측할 수 없는 변화에 휩쓸릴 수밖에 없지만 ‘오늘’을 단단하게 지켜낸다면 흔들림이 덜하지 않을까요? <승려와 수수께끼(랜디 코미사 지음)>라는 책을 읽다 밑줄을 그어둔 부분입니다.
“비즈니스 환경은 늘 변한다. 사람들은 전략과 수익모델을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지속적으로 재검토하고 필요에 따라 수정해야 한다. 하지만 수정할 때마다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기업의 큰 비전이다. 긴급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구성원의 감동을 이끌어 내는 비전을 포기하면, 나침반 없이 남겨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나는 기업의 위치를 돌아볼 때 현재 상황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목표와 방향 점검도 병행돼야 한다는 충고를 늘 하고 있다. 나침반을 맞추고 길을 따라 나아가라. 그래야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더라도 방향 감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승려와 수수께끼> 본문 149쪽”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자인 랜디 코미사가 레니라는 가상의 예비 창업자와의 이야기 나누는 구성인데요, 창업 지망생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라기보다 인생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필요한 이야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변화에 흔들리지 않을 수는 없지만 방향 감각을 유지한다면 원래 목표까지 흔들리는 일은 없겠죠. 때론 넘어지고 잘못된 길에 들어설지 몰라도 방향 감각을 유지한다면 다시 본래의 궤도로 돌아갈 수 있으니까요. 지금 나침반을 어디에 맞추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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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첫째 주는 사회적경제 주간입니다. 새정부 들어서면서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기대감이 싹트는 것이 느껴집니다.
7월 1일 사회적기업의 날을 맞아 열린 기념식과 이후 열린 학술대회 등에 다녀왔는데요. 이번 사회적경제 통합학술대회 기조강연을 맡은 문형구 고려대 명예교수의 발제 제목이 ‘AI시대 사회적경제 인재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자료집을 참고로 살펴봐 주세요.
회사에서 한창 AI 관련 행사를 했던 터라 내용은 차치하고 AI라는 단어 그 자체에 눈이 가더라고요. AI와 기술 발전이 가져올 미래를 마냥 긍정하기도 부정하기도 어려운데 막연한 불안이나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왜일까요? 기술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거나 기술을 거부한다거나 그런 차원은 아닌데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기술 발전에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 AI 블루>라는 책에서 저자들은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과학자의 몫이지만, 미래를 상상하는 건 모두의 몫이다. 그리고 기술의 개발은 이미 그려진 상상을 따라간다.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현실을 상상하고 공유해야 하는 이유다(본문 205쪽)”라고 말합니다.
현실을 상상하고 그 상상을 공유하는 좀 더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할 때 협동조합은 좋은 틀이 됩니다. 그리고 이미 그 논의를 잘 정리해놓은 텍스트가 있더라고요. 역시나 이럴 땐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라’는 말을 따라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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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살펴본 논문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HBR)에 실린 트레버 숄츠의 < 5 Ways Cooperatives Can Shape the Future of AI>입니다. 트레버 숄츠는 ‘플랫폼 협동조합주의 (Platform Cooperativism)’ 개념을 개발한 학자로 뉴욕 뉴스쿨의 교수입니다. 그는 디지털 경제에서 협동조합 기업가정신 (cooperative entrepreneurship)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펼치고 있어요.
현재 AI 개발은 소수 대기업에 독점되어 불평등, 착취, 환경 파괴 문제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오픈소스인 딥시크(DeepSeek)도 사실 거대한 산업 인프라에 의존하고 있죠. 트레버 숄츠는 19세기 러다이트 운동이 기술 자체가 아니라 노동자를 착취하고 소수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는 기술 사용 방식에 반대했듯이, 현재 AI도 같은 문제에 직면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협동조합을 대안 모델로 제시합니다. 지난 200년의 역사 속에서 협동조합의 원칙(민주적 소유, 집단적 의사결정)을 살펴볼 때, AI에 적용하는 것이 더 공평하고 민주적인 기술 발전을 추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플랫폼 협동조합주의에서 배달 서비스가 배달원들에 의해 운영되고, 택시 운전자들이 플랫폼을 소유하는 것처럼 AI도 사용자와 노동자가 소유하고 통제하는 민주적 시스템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단 주장입니다. 단순히 기술을 더 잘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소유권과 권력 구조 자체를 바꾸는 본질적인 변화를 의미하죠. 이를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으로 5가지가 제안됩니다.
- 개인이 자신의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통제할 수 있는 데이터 거버넌스의 민주화
- AI 논의를 엘리트 기관이 아닌 공공의 필요에 기반해 연구와 시민사회 연결
- 조합원들이 AI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식을 갖추도록 교육을 통한 권한 부여
- AI 가치 창출을 이해관계자들에게 두는 대안적 소유 모델 구축
- 시스템이 연대와 노동자의 권력을 지원하도록 보장하면서 협동조합 목적에 맞는 AI 적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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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EU의 호라이즌 2020 프로그램(Horizon 2020 program)으로부터 1050만 유로의 펀딩을 받아 설립된 뒤 자립형 초국적 AI 협동조합으로 발전했습니다. 대부분의 상업 플랫폼과 달리 트란스크리부스는 사용자 데이터를 수익화하거나 유료로 이용할 수 있게 장벽을 두지 않습니다. 그리고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있고요. 지난 5년간 30개국 227개 기관이 함께 운영하며 AI 모델을 사용자가 함께 개선해가고 있다고 해요. 트레버 숄츠는 소수 기업이 독점하는 AI 아닌 사용자가 주인인 AI, 이윤보다 공익을 우선하는 AI,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AI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쉽지 않은 것도 현실입니다. 협동조합의 낮은 자본력, 정책 접근성 부족, 내부적으로 느린 의사결정과 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은 여전한 장벽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용 자금을 확보하고 공공의 인프라를 구축할 것, 노동조합이나 기후정의 그룹 등과 광범위한 연대를 맺을 것, 실용적 전략을 활용할 것 등의 방안도 함께 언급됩니다.
협동조합은 분명 빠른 모델은 아닙니다. 하지만 가장 포용적인 시스템으로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조직 구조입니다.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맞죠! 협동조합의 포용성이 장기적 혁신을 위한 든든한 지렛대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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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뉴스레터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대화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또 짧은 여행을 다니며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한데, 사람과 사람과의 대화만으로 확장되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AI도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일 테죠! 요즘 짧은 대화 속에서 환기되는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니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갖고 가까운 혹은 어설프게(?) 알고 지내는 사람과 대화 나누는 기회를, 계기를 만들어봐야겠다 싶어요. 7~8월엔 여름 휴가를 많이 떠나곤 하는데 사람책을 보며 휴가를 즐겨도 좋겠단 욕심을 부려봅니다.
일주일 만에 다시 인사드리니 어딘가 어색하네요. 날이 너무 덥네요. 모쪼록 건강 챙기시는 여름 보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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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논문
📌문의 diveintocoo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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