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사회적 가치 혹은 소셜 임팩트, 뭐가 됐든 사회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사업 모델로 펼치는 이들의 흐름에 관한 코멘트였는데요. 한창 사회적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하며 키웠던 2010년 초반 이후 ‘젊은’ 사회적기업가란 타이틀로 대학생 혹은 20대 중후반의 ‘청년 사회적기업가’가 조명받았습니다. 제도가 무르익기 전이었기에 변화에 적극적·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고 다양한 사례도 많이 만들어냈죠. 사회적기업이 점차 제도적으로 안정화되면서 제도 안에서는 해결되지 못하는 한계가 나타납니다. 그래서 ‘소셜벤처’가 등장합니다.
사회적기업, 소셜벤처, 비영리스타트업. 지칭하는 이름은 여럿이지만 본질에 다름은 없단 생각이 듭니다. 분야·지역별로 나와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과제를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풀어가는 거죠. 사회적기업 인증제도의 장점도 있지만, 제도에 의한 기준에 매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죠. 그래서 제도권 밖에서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도전적이며 창의적으로 사업화하는 소셜벤처는 빠르게 활성화되었습니다.
사례가 어느 정도 쌓이고 가시화되기 시작하면 제도권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소셜벤처가 자생적으로 만들어낸 새로운 가능성은 정책과 제도로 구조화됩니다. 소셜벤처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사회적 가치가 규모화되고 확장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정책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니까요. 그래서 2021년부터 시행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통해 소셜벤처 기업에 대한 정의와 지원사업의 법적 근거가 마련됩니다.
그렇게 소셜벤처가 어느 정도 제도권과 가까워지자 다시 거기서 튕겨 나오듯 비영리스타트업이 등장합니다.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의 등장과 청년 사회적기업가, 2010년대 중반 서울 성수동을 중심으로 한 소셜벤처의 성장과 정부의 관심 증가, 2019년 비영리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사업을 통해 나타난 비영리스타트업은 서울시NPO지원센터, 다음세대재단, 아산나눔재단 등에서 지원을 통해 성장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가능성의 땅에 씨앗을 뿌리고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고. 그 성과를 확인한 제도권에서는 정책을 만들고 규모화의 불을 지핍니다. 그러다 보면 정책과 제도에서 요구하는 틀에 우리 조직의 정체성을 맞춰가는 일이 생기기도 하죠. 규격화된 조건과 틀에 맞추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느낀 사람들이 튕겨 나옵니다. 거기서부터 땅을 고르고 씨앗을 뿌리는 일이 다시 시작됩니다.
조직의 형태가, 또 조직을 둘러싼 제도가 다를지 몰라도 사회적기업이, 소셜벤처가, 비영리스타트업이 추구하는 본질은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사회적 가치란 정말 무엇일까요? 제 생각에 사회적 가치는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지만, 결국 현재와 미래를 살아갈 우리를 위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간다는 방향성을 가진 게 아닐까요. 개인의 이익을 넘어 사회 전체의 긍정적 변화를 끌어내는 모든 활동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이요. 그것이 환경보전이든, 취약계층 지원이든, 교육 기회 확대든 말이죠. 누가 어떻게 지칭하든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겠다는 사람들은 (감사하게도) 항상 존재하고, 그들이 만드는 변화의 값진 열매를 우리는 함께 누리고 있습니다.
더불어 아주 새로운 건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역사를 찾아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비슷한 고민과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꼭 있더라고요. 하늘 아래 새로운 일이 얼마나 많겠냐는 생각을 합니다. 풀어가는 방식이야 다를 수 있지만, 본질은 닮아 있는 그런 경우 말이죠. 같은 ‘결’을 가진 사람들이 앞서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될 때가 많은데, 사회적기업-소셜벤처-비영리스타트업으로 이어지는, 계보일까요?(원치 않는 분들도 계시겠지만요) 그 흐름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