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찾아 듣는 것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음악을 찾아 듣는 것을 꽤 좋아하는데요, 그렇게 알게 된 아티스트들의 노래들로 채워진 플레이리스트는 정말 작고 소중한 보물 같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대중음악평론가 서정민갑의 글을 읽고, 한 사람의 취향이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어요. 제가 지금 즐겨 듣는 노래들은, 그동안 쌓아온 제 취향의 2020년대 버전인 거죠.
음악은 그때 그 시절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해주죠.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때의 나와 그 주변 환경을 떠올리며 추억을 더듬을 수 있어요. 제가 그렇거든요. 감성이 한창 풍부했던(?) 시절의 노래를 들으며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곤 합니다. 흥얼흥얼 노래를 따라 부르다 보면 언제 그랬나 싶게 홀가분해지는 마음을 느껴요. 하지만 동시에 나의 감정적 상태(!)가 과거에 멈춰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변화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변화에 무뎌지고 싶진 않거든요. 어딘가 업데이트되지 않는 감정으로 현재를 살아가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흐르는 물결을 거슬러 올라갈 수는 없으니, 고여 있기보다는 흘러가려고 노력하는데, 그런 노력이 썩 괜찮은 성과를 내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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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에 발매된 실리카겔의 'NO PAIN' 뮤직비디오의 시작 이미지입니다. "소외됐던 사람들 모두 함께 노래를 합시다"라는 가사가 인상깊어요. 음악을 통해 힘을 얻을 수 있겠단 마냥 아름다운 꿈을 꾸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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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11월 무렵엔 어느 정도 조용하고 평안한 마음 상태에 이르지 않을까 싶었는데 말이죠. 기대가 무색하리만치 현재에 몰입하지 못하고 선 자리에서 발만 동동 구르며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지금 눈으로 보고 있는 것에 마음을 집중하면 될 텐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요.
변화는 언제 어디서고 불현듯 닥쳐옵니다. 개인을 둘러싼 사회 구조와 제도적 압력은 일상생활에서도 ‘지속가능성’에 물음을 던집니다. 조직뿐만 아니라 개인도 마찬가지로 자기 삶의 '경영'을 요구받는 상황이니까요. 본업 외 사이드잡까지 두세 개의 일을 동시에 잘해야 한다는 압박도 커집니다. 그렇게 어떤 계획이 다른 계획보다 나을지 모든 선택에 따르는 비용과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는 불안정한 상황에 매번 놓입니다. 결정을 내리던 순간에는 확신했더라도 실제로 일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대부분은 여지없이 놀라고 말죠. 어느 시점에서는 어느 정도는 틀리니까요. 그렇게 틀리는 것이 당연한데도 잘못된 선택이 가져올 파장을 여지없이 맨몸으로 마주해야 하니 움츠러들 수밖에 없습니다.
전체 구조를, 문화를 바꾸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 각자는 선택해야만 합니다. 그것이 모순된 요구라고 할지라도 말이죠. 타협하거나 회피하거나 거부하거나 아니면 조정을 하거나, 그런 대응방안을 찾습니다. 안팎의 요구에 순응해 목표를 달성하거나 일부만이라도 목표를 쫓아가거나 아니면 아예 거기서 탈주(..)해버리는 것도 방법일 겁니다. 어떤 방법이든 개인의 전략에 의해 선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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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은 경제의 영역에, 항의는 정치의 영역에 속한다. 어떤 고객이 한 기업의 제품이 맘에 들지 않아 다른 기업의 제품을 구매했다면, 이는 자신의 행복을 유지하거나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시장을 이용한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시장의 힘을 작동시키고, 상대적으로 성과가 하락한 기업도 회생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런 메커니즘 속에서 경제학은 번창할 수 있다. 이 메커니즘은 깔끔하다(소비자는 선택하든 말든 둘 중 하나다. 거기에는 인격적 요소가 개입되지 않는다). 고객과 기업의 대립에서 나타나는 평가나 예측 불허의 요소를 비켜갈 수 있기 때문에 일련의 통계 수치를 살펴보며 기업의 성패를 알 수 있다. 또한 이 메커니즘은 간접적이다. 쇠락하는 기업의 회복 여부는 고객의 이탈 가능성이라는 의도치 않은 부산물, 즉 ‘보이지 않는 손’에 달려 있다. 모든 점에서 항의는 이탈의 정반대에 놓여 있다. 항의는 낮은 목소리의 불평에서부터 격렬한 불만 토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기 때문에 훨씬 ‘깔끔하지 못한’ 개념이다. 이는 슈퍼마켓의 익명성처럼 개인적으로 ‘비밀’투표를 하기보다는 비판적 견해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본문 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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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인 허시먼은 경제학이 다루는 ‘이탈’과 정치학이 다루는 ‘항의’의 개념을 취합해 퇴보하는 조직을 원상 복구하기 위한 구성원의 반응을 분석하고 효과를 설명합니다. 여기서 구성원의 이탈, 항의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충성심'입니다. 충성심은 조직의 퇴보 속도를 늦춰주지만, 그것도 오히려 과하면 퇴보를 가속합니다. 조직이 퇴보를 이겨내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탈과 항의 프로세스가 작동할 수 있어야 하며, 두 방법을 어떻게 조합하는지는 조직의 특성과 성향에 따라 다르다고 말합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경영진의 의사결정, 조직이 속한 주변 환경, 구성원의 성향 등 모든 것이 영향을 끼칩니다.
각자의 배경과 맥락 속에서 우리는 선택을 내리겠죠.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으로부터 다양한 요구를 받을 때,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결정을 내려야 할까요? 결국은 나를 만족하게 하기 위한 선택이 최고의 선택이겠거니 하는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요. 그 어떤 선택도 나의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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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논문은 < 사회적기업 종사자의 이직/잔류 의도에 제도적 요인이 미치는 영향(2019)>입니다. 연구자들은 “사회적 기업의 1년간 입・이직률은 근로자의 3분의 1정도로 매우 높다”고 말합니다.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인적자원관리에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논문은 기존의 연구들이 개인의 속성, 사회적기업의 조직 특성, 종사자와 조직 간 미스매치를 중심에 두었던 것과 달리 ‘제도적 요인’이 이직과 잔류 의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그렇게 연구 결과 사회적기업 제도 및 사회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가 이직 의도를 낮추고 잔류 의도를 높임을 확인합니다. 특히 자기업의 사회문제 해결 효능감이 사회적기업의 제도적 정당성을 매개해 이직/잔류 의도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확인합니다.
사회적기업이 사회문제 해결의 주역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감이 이직 의도에 영향을 줍니다. 이때의 이직은 사회적기업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의 이탈일 가능성이 크다고 정리합니다. 한편, 사회적기업 제도 전반에 대한 ‘신뢰’만이 잔류 의사를 확고히 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연구자들은 제도적 정당성의 감소로 인한 이직은 단순히 개별 조직의 인적자원 유출 수준이 아니라 전체 인력풀(pool)의 감소로 이어진다고 말합니다. 더 큰 문제인 거죠.
사회적기업이 등장하고, 성장해 활동하는 유기적 환경계로서 사회적기업 생태계를 이야기할 때, 사회적기업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이해관계자 중 구성원, 내부 직원은 중요한 존재입니다. 인적자본은 그 자체로 기업 운영의 실질적 책임을 갖고 있으며 상호연결되어 지식을 공유하고 혁신을 끌어내니까요.
논문이 작성된 2019년과 비교해, 2023년 현재 우리는 사회적기업 자체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고, 신뢰로 소통하고, 또 신뢰를 더 많이 퍼뜨리고 있는 것일까요? 사회적경제를 통해 어떻게 관계를 쌓아가고 싶고, 또 공동체에서 어떤 역할을 풀어가고 싶고, 누구를 지원하고 싶고, 세상과 어떻게 소통하고 싶고, 무엇을 위해 싸우고 싶은 것인지 새삼 묻게 됩니다. 너무 많은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것 때문에 스스로를 괴롭히자는 게 아니라 말이죠. 답이 없는 이야기지만, 이런 이야기를 안전하게 나눌 수 있는 여지가 필요한 게 아닐까 싶어요. 그렇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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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아주 거창한 미래 계획을 세우기보다 실행 가능한 작은 목표들을 세우는 것에 집중합니다. 예를 들면, "<오늘의논문>을 격주로 꾸준히 보내자"랄까요. 하루하루,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죠. 수면 위를 맴도는 게 아니라 밑바닥까지 깊숙이 들어갔다 나와야 할 것 같아요. 선택을 저울질 하기보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에 오롯이 몰입하는 방식으로 남은 2023년을 보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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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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