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나눌 때 꽤 자주 '잘 모르겠다'는 말을 해요. 제 생각만큼은 명료하게 잘 전달하고 싶은데, 어째 끝이 흐지부지입니다. 이러쿵저러쿵 잔뜩 떠들어놓고선 쓱- 발을 빼는 기분이 들어 영 찝찝해요. 그런데도 쉽사리 단호한 끝맺음을 하지 못합니다. 세상일에 워낙 변수가 많기에 무엇 하나 단정을 지을 수 없는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깔끔하게 정돈된 말하기를 하고 싶은데 말이죠.
그렇게 어느 것 하나 확실치 않은 말을 내뱉고 나면 말을 하는 것 자체에 지치게 됩니다. 그럴싸한 말을 그럴듯하게 하는 것에 골몰했을 뿐이었을까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너무 많은 말이, 다 담아두지 못할 말들이 너무 많아요. 나의 말은 어디에 어떤 모양새로 존재하는지 문득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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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죠. 행동하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합니다. 용기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나 혼자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할 것이라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일까요?
얼마전 페이스북에 올라온 게시글 하나가 맘에 자꾸 걸렸어요. 모든 것은 사라지기 전까지 영원하다고 하지만, 정말 이렇게 ‘안녕’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있는 ‘서울혁신파크’는 약 3만 평의 공간에 입주사 건물과 내부 공유공간은 물론 팹랩, 공원 등이 함께합니다. 1960년대부터 국립보건원, 식품의약품안전처(청), 질병관리본부 등으로 사용된 공간이었는데 질병관리본부가 충북 오송으로 이전하면서 비어 있던 공간이 2013년부터 다양한 혁신과 협치의 실험 공간으로 운영되기 시작했죠. 서울혁신파크는 2014년 5월 ‘ 서울혁신파크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제정된 이후 2015년부터 서울혁신파크 1기 민간위탁기관 선정과 함께 개소 및 입주단체 모집이 진행됐어요. 현재는 3기 민간위탁기관이 맡아 운영 중인데, 잘 아시다시피 올해 12월이면 입주기업의 입주 계약 및 위탁기관의 운영이 종료됩니다.
그동안 서울혁신파크에선 비건 페스티벌 코리아, 메이커페어서울 등 다양한 축제가 열렸습니다. 목공, 메이커, 적정기술, 먹거리, 업사이클링 등 지금 생각해도 너무 힙한 이슈를 갖고 서울혁신파크라는 공간을 채웠죠. 서울혁신파크의 실험을 마냥 칭찬하기는 어렵습니다.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생활과 밀접하게 닿아있는 공간으로 제 역할을 했다고 말하기 어려울지 모르죠. 대중적 영향력이 여전히 일부 영역에 국한되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투리땅에서도 수익을 추구해야만 하는 서울에서 대안적 실험과 상상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간으로 지난 10년간 기능해 온 서울혁신파크가 이렇게 사라져도 되는지 묻고 싶어요. 하지만 어디에 물어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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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런 답 없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 말이죠. 행동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 공공의 공간으로써 혁신파크를 지키는 시민모임"이 그렇습니다. 서명운동에서부터 혁신파크텐트축제(9월 9일), 공개토론회(10월 31일)까지...그리고 오는 토요일(25일)은 ' 서울혁신파크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시민행진'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혁신센터에서 운영 종료 공지가 올라온 지금, 파크의 종료는 서울시도, 센터도 아닌 주인인 시민들이 결정지을 것입니다. 서울혁신파크를 통한 혁신의 실험은 중단되었지만, 이 공간을 시민 공간으로 재구성 하기 위한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라는 단단한 글을 읽으니 괜히 마음이 울컥합니다.
이 움직임을 보면서 지난 2020년 캐나다 최대 아웃도어 협동조합으로 알려진 MEC(Mountain Equipment Co-op)의 매각과 그 반대 운동이 생각났습니다. 1971년 설립한 MEC는 캐나다 전 지역에 22개 매장과 약 580만 명의 조합원이 있는 캐나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중 가장 오랜 역사와 최대 규모의 조합이었습니다. 하지만 성장에 따라 경영 확대에 집중했고 무리한 사업 확장과 코로나 경제위기가 겹쳐 결국 매각됩니다. 해산과 자산매각이라는 중요한 사안을 총회도 거치지 않고 이사회 단독으로 결정한 것에 분노한 조합원들이 ‘Save MEC’라는 모임을 만들죠. 14만 명이 반대 서명에 참여하고, 법정 투쟁기금과 조합 부채 해결을 위해 150만 달러를 모으기도 하고요.
MEC는 결국 미국 캐피털 펀드 회사 킹스우드 캐피탈 매니지먼트(Kingswood capital management)에 매각됩니다. 이후 MEC의 사례가 남긴 과제에 대해 정리한 글을 읽으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꼭 협동조합이란 조직 형태를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서울혁신파크와 같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조직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여전히 높지 않다는 것은 과제입니다. 사회적경제 또는 사회연대경제, 어떻게 부르던 이 영역의 조직들이 가진 기능과 본질에 대한 높은 이해와 공감은 큰 힘이 될 겁니다. 커뮤니티, 로컬, 로컬 오너십(어쩌다보니 번역 없이 용어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이네요, 흠🤔)의 중요성과 관심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니까요. 서울혁신파크를 향한 시민모임이 그러한 연대와 협력을 보여주는 그 자체인 동시에 우리가 공통의 세상을 공유하고 있음을 일깨워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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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수동은 이제 핫한(...이런 수식어 참 그렇죠😅) 카페는 물론 무신사, 쏘카 등 IT기업과 스타트업의 오피스부터 패션, 플랫폼기업의 팝업스토어 등 매일매일의 모습이 다른 지역입니다. 하지만 2000년대까지 서울의 대표적인 낙후 공업지역이었죠. 1980년대까지 제화·철공소 등 제조공장이 활발히 운영됐지만, 이들이 서울 외곽으로 옮겨가면서 활력을 잃게 됩니다. 그러다 2010년대 들어 폐공장 부지와 창고 건물을 활용한 카페, 음식점, 전시장이 들어섰고 이후 성수역-뚝섬역 인근을 중심으로 스타트업들이 자리잡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사회적기업들이 먼저 터를 잡았죠. 논문은 바로 그 '성수동'에서 형성된 소셜벤처 생태계를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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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들은 성수동의 중간지원조직을 통한 물리적 요소의 공급이 짧은 기간에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도록 도왔고, 이를 기반으로 협력적 활동을 촉진하는 문화적 속성이 만들어졌다고 말합니다. 한편, 성수동 창업생태계는 소셜벤처의 네트워크와 정당성 확보를 위한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신생 조직의 위험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을 확인합니다. 개별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초기 생존을 위해선 사회혁신을 추구하기 위한 공간적, 관계적 기반을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연결되어 있고, 자원을 확보하는 데 있어 협력적 행동은 중요하죠. 성수동뿐만 아니라 서울혁신파크 또한 그런 공간으로 관계적 기반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정책적 접근을 통해 또 자생적/자발적 차원에서 사회적경제 조직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생태계가 필요하죠. 그 울타리를 만들어 잘 가꾸어 나가는 것이 우리 앞의 과제라고 매번 생각해요. 문제는 생각에 그치지 않고 그 다음 단계인 행동으로 나아가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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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수능이 있었죠. 저는 수능이 끝나고 올라오는 필적 확인 문구를 챙겨보기 좋아합니다. 수험생 정서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 수험생을 응원하는 메시지나 감동적인 것을 고른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보고 있으면 힘이 납니다. 올해의 문구는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였어요. 현실은 꽤 녹록치 않고 살아가는 것은 언제나 질문 투성이이지만, 결국 답은 내 안에 있겠죠. 지난 수능 필적 확인 문구를 읽으시며 잠깐이라도 마음의 위로를 얻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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