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는 종종 휴대폰 음성 메모를 이용합니다. 중구난방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을 소리 내어 혼잣말로 꺼냅니다. 5분 내외의, 짧게는 채 1분이 되지 않는 단상을 말이죠. 인과관계가 있다거나 논리가 탄탄한 그런 말하기는 아닙니다. 일상의 어느 풍경을 보고 느낀 생각, 일하면서 고민하는 것들을 두서없이 털어놓거든요. 그것도 집에 돌아와서 머릿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생각을 꺼내는 것이니 경험한 당시와는 시차가 있고, 그만큼 기억의 보정도 조금 더해집니다.
녹음한 제 목소리를 다시 듣는 것은 아니고요. 전사문을 LLM에 올리고 어떤 이야긴지 정리해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렇게 정리한 내용을 찬찬히 보면 꽤 재밌습니다. 매일매일 다른 이야길 한다 싶었는데 비슷한 이야기더라고요. 내 생각의 흐름과 결이 지금 여기까지 나아가 있구나 싶고, 나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내 속마음을 알게 되는 재미가 있어요. 말이라는 게 빠르게 흘러가다 보니 매 순간 귀 기울이고 집중하지 않으면 정작 중요한 부분을 놓치곤 하잖아요. 그런데 녹음한 말을 전사문으로 풀어 다시 확인하다 보니 알고 보면 내 마음은 이랬군(!) 하는 부분이 보입니다.
최근엔 거의 일하기에 관한 생각이 대부분이더라고요. 운동할 때도 길에서 어떤 상황을 마주할 때도 그걸 일하기와 연결하고 있었어요. 음. 일하지 않는 순간에도 머릿속에서 일 자체를 빼내기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니면 요즘 제 주된 고민이 일하기 그 자체이기 때문인지도요.
이런 행위(?)를 한다고 뭐가 드라마틱하게 달라진다거나 하는 건 없어요. 저 자신에게 좀 더 솔직해진다고 할까요? 나를 알아가는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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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진 생각도 꿰어서 보배가 될 수 있을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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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발견한 요즘의 제 고민 하나는 이겁니다.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실제로 그런지 확인하고 증명하는 과정이 필요할까요? 일을 하다 보면 관념적으로 혹은 으레 그럴 것이라 여겨지기에 별다른 생각 없이 이전의 방식을 따라가게 될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한번 의문을 품으면 그동안 크게 문제 되지 않았던 것들이 하나하나 걸리기 시작합니다. 그걸 알기에 일부러 생각하지 않을 때도 있어요. 기계적으로 익숙한 방식을 고수하는 거죠.
무뎌지는 것과는 조금 다를 테지만 고정된 틀에 안정감을 느끼기 시작하면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려워집니다. 현재 상황을 유지하기만 해도 안정적인데 굳이 모험할 필요가 없잖아요. 도전은 언제나 위험을 동반합니다. 잘될 가능성도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함께 갖고 있어요. 해 보지 않은 일이기에 위험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주저하게 됩니다.
하지만 꾸준히 잘해왔다고 생각한 일도 여지없이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매번 다른 상황이니까요. 안정적이라고 느끼는 그 순간이 어쩌면 작은 변화에도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상태인지도 모르겠어요.
얼마 전 콘텐츠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롱블랙에서 세계적 마케팅 구루 세스 고딘(Seth Godin)의 인터뷰를 읽었는데요. 그는 요즘 같은 전환의 시대에 열심히 일하는 것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고 말해요. 그건 ‘두려운’ 일을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두려운 일이라는 건 내 삶의 기준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스스로 선택하는 자유와 함께 그 책임도 지는 일이라고 이해했어요. 내가 일하는 목적을 외부에서 찾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서 찾는 거죠. 그렇다면 내가 그동안 쌓아 온 시간과 돈, 노력을 지킨다는 게 큰 의미를 갖지 않을 수 있어요. 지금 나의 목적에 맞지 않는다면 말이죠. 그동안 만들어 온 나를 과감히 벗어던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나 자신이 무엇을 정말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 깊이 성찰해야 하겠죠.
당연한 것을 낯설게 보기. 그리고 나에게 솔직해지기. 올해 하반기 제게 큰 화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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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 고딘은 20년째 블로그에 매일 한 편 이상의 글을 올리고 있다고요. 올해만 해도 276개의 글이 올라와 있어요(9월20일 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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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협동조합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협동조합의 원칙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생각이고, 또 다른 하나는 협동조합이라면 당연히 7원칙을 다 지킬 테고 그래서 일반 기업보다 더 사회적일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1인1표로 함께 결정하는 방식은 느리고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협동조합은 결국 일반 기업처럼 변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퇴행론(degeneration thesis)이라고 부릅니다. 정말 그럴까요?
연구는 뉴질랜드를 중심으로 이뤄졌어요. 뉴질랜드는 협동조합이 GDP의 20% 가까이 차지하고 인구의 3분의 1이 조합원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이 낙농이나 육류, 원예 같은 농업 협동조합이고 노동자협동조합이나 소비자협동조합은 드물어요.
연구자들은 2015~2016년 뉴질랜드 협동조합 대표들에게 설문을 진행했습니다(최종 분석 34곳). 협동조합의 원칙 중 네 가지(민주적 관리,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 교육·훈련, 지역사회·환경 기여)를 얼마나 실천하는지 묻고, 경영진이 조합원들과 사업 운영이나 전략에 관해 얼마나 자주 이야기하는지도 확인했죠. 그다음 이 요소들이 어떻게 어우러질 때 협동조합이 혁신적이고 과감하게 사업하는지(기업가적 지향성, Entrepreneurial Orientation)를 살펴봤습니다. 여기서 기업가적 지향성은 새로운 시도를 하고, 경쟁자보다 먼저 움직이고, 위험을 감수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왜 이윤이 아니라 기업가적 지향성을 성과로 쟀을까요? 협동조합의 주인인 조합원은 동시에 공급자이거나 소비자입니다. 그래서 협동조합이 이윤을 많이 남기기보다 좋은 가격에 거래해주길 바랍니다. 이윤으로만 놓고 보면 협동조합은 늘 실적이 좋지 않은 회사로 보일 수밖에 없죠.
분석방법이 재밌는데요. 협동조합의 원칙 하나하나가 성과를 얼마나 끌어올리는지 평균을 내는 대신에 성과가 좋은 협동조합들이 어떤 요소들을 함께 갖추고 있는지를 찾아봅니다. 정답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전제에서, 잘되는 협동조합의 여러 ‘레시피’를 찾겠다는 거죠. 실제로 연구 결과 네 가지 유형이 확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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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백형(The Void)
- 민주적 관리, 경제적 참여, 교육·훈련은 모두 없고 경영진과 조합원 사이의 논의만 있는 유형입니다. 협동조합 원칙이 사실상 사라진 상태죠. 연구자들은 이 유형에는 두 종류의 협동조합이 섞여 있음을 확인합니다. 하나는 거래형 협동조합입니다. 조합원은 협동조합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는 손님에 가깝습니다. 운영에 관여할 필요도 없고 출자금도 회비 수준이죠. 민주적 관리는 서류상에선 확인되지만 실제로는 연 1회 총회에서 재무제표를 승인하는 정도에 그칩니다. 또 하나는 퇴행 중인 협동조합입니다. 경영진이 정보를 잘 공개하지 않고, 합병이나 외부 대주주 영입과 같은 중요한 전략 수립을 외부 컨설팅 회사에 맡깁니다. 조합원에게는 마지막 투표 단계에서야 의견을 묻고요. 원칙이 사라졌는데도 과감하게 사업을 하는 협동조합이 있다는 건, 어떻게 보면 퇴행론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2) 신생형(The Emergent)
-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이제 막 자리를 잡아 가는 협동조합으로, 민주적 관리와 경영진-조합원 간 논의는 활발하지만, 경제적 참여와 지역사회·환경 기여는 없는 유형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지역사회 기여보다 조합원이 함께 가는 전략의 기반을 만드는 것이 더 급합니다. 연구자들이 살펴본 사례를 잠깐 확인하면, 경영진은 해외 시장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조합원의 언어로 번역해 전달하는 데 힘을 쏟았다고 해요. 지역사회·환경 기여는 협동조합이 성숙해 가면서 고객의 요구에 따라 중요해질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봅니다.
3) 분리형(The Decoupled)
- 민주적 관리와 경제적 참여가 중심이고, 지역사회·환경 기여는 있지만, 교육·훈련은 없는 유형입니다. 뉴질랜드 사례에선 프리미엄 틈새시장에서 수출 중심으로 성장하는, 시장 지향적인 협동조합이 여기에 속했습니다. 조합원은 돈도 내고 의사결정에도 참여하지만, 협동조합의 운영과 조합원 사업의 운영은 대체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조합원은 자기 농장을 잘 운영하면 되고, 협동조합의 가공이나 마케팅 등에는 깊이 관여하지 않습니다.
4) 자기지향형(The Self-oriented)
- 민주적 관리, 경제적 참여, 교육·훈련에 경영진과 조합원의 논의까지 모두 갖춘 유형입니다. 연구에서 가장 많은 사례가 여기에 속했어요. 사례로 소개된 한 협동조합에서는 처음엔 새로운 방식과 큰 투자에 반대하는 조합원도 있었지만, 협동조합에서 조합원 설문과 설명회, 친목 모임을 통해 이유를 설명하자 동의를 얻게 됐다고요. 당시 협동조합의 대표는 혁신과 투자가 조합원의 수익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매우 개방적으로 설명했다고 해요.
결과를 살펴보면 조합원의 민주적 참여와 함께 기업가적 지향성을 함께 가져갈 수 있어요. 경쟁력을 갖추려면 민주적 운영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은 적어도 유일한 답은 아닌 셈입니다. 동시에 논문은 두 번째 당연함에도 선을 긋습니다. 협동조합이라는 조직 형태가 저절로 더 사회적인 조직을 만드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네 유형 중 지역사회와 환경에 대한 기여가 필요조건이었던 건 분리형 하나뿐이었거든요.
물론 논문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뉴질랜드, 그것도 농업 협동조합 중심의 연구 논문이고 조합원이 아닌 대표의 응답이며, 데이터도 10년 전의 것이거든요. 하지만 논문을 살펴보면서 협동조합의 원칙이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조직의 전략과 함께 움직인다는 것, 그리고 모든 원칙을 매번 같은 강도로 지킬 순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협동조합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또 어떤 전략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조정이 필요한 거죠.
협동조합의 원칙보다 두드러지는 건 대화였습니다. 정보를 나누고, 서로의 언어로 번역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조직 운영의 매 순간 작동해야 하는 거죠. 정관에 민주적 관리가 적혀 있다고 해서 그런 문화가 바로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조합원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려면 지식의 공유나 교육이 충분히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연구자들이 협동조합 경영자와 조합원에게 모든 원칙을 늘 지키는 게 좋다고 하지 말고, 전략에 맞춰 원칙을 정렬하고 지식을 나누는 데 투자하라고 권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구독자분들이 생각하는 잘 풀리는 협동조합의 조합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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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 다녀왔어요. 영국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마틴 파(Martin Parr)의 회고전을 보고 왔어요. 익숙한 일상을 낯설게 비춘 그의 사진을 보는 즐거움이 컸습니다. 사진과 함께 그가 남긴 말도 군데군데 만날 수 있었어요. 그중 “가장 속이기 쉬운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The Easiest Person to Con Is Yourself)”라는 말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쵸. 자기 자신만큼 속이기 쉬운 존재도 없는 것 같아요. 올해 남은 시간만큼은 부디 제 자신에게 솔직해져야겠어요!
유독 짧은 추석 연휴를 달력으로 확인하고 나니 괜히 기분이 울적합니다. 사실 연휴라고 제 일상이 크게 달라지진 않는데도요. 그래도 명절이 주는 설렘은 있어요. 설날과 달리 추석이 주는 풍요로운 이미지도 크고요. 어딘가 베풀고 나누어야 할 것 같은 마음이랄까요? 구독자분들은 올 추석 연휴를 어떻게 보낼 계획이신가요? 짧은 시간이지만, 몸도 마음도 재충전하는 시간 되시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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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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