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영업이 위기가 아닌 적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심각합니다. 지난 5년 가까이 코로나19 대유행과 소비 부진, 고물가로 인한 원가 상승과 순이익률 감소 등으로 매출 하락폭이 컸습니다. 자영업자 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섰고, 자영업 1곳당 평균 대출금액이 3억3900만원에 달한다고 하니까요.
산업구조와 생활양식이 많이 변하고 있는만큼, 경제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기존의 방식으로 사업하는 것이 쉬울까 묻게 됩니다. 이런 시점에서 예비 창업자들에게 실전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시도가 있어서 관심이 가더라고요. <요일마다 주인이 바뀌는 카페 오일장>이 그곳인데요. 2019년 12월 시작한 프로젝트는 이제 ' 소설;오일장'이란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름의 뜻도 눈여겨볼만한데요. 이을 소(紹), 말씀 설(說)을 사용하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의 주인이 바뀌니 '오일장'을 붙였다고요.
카페는 물론 10여개의 매장을 이끈 경험을 가진 강병석 대표가 바리스타나 파티시에로 창업을 하려는 이들이 돈을 내고 일정 기간 현장 체험을 할 수 있는 일종의 테스트베드 공간을 만든 겁니다. 기본적인 설비도 갖추고 있고요. 물론 자선사업은 아닙니다. 참여자들은 월 참여비와 매출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내고 공간을 임대합니다. 일종의 리허설이라고 할까요? 매장을 운영하면서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해보는 거죠. 서울*, 인천에서 운영 중이었는데, 지난해 대구에도 공간을 오픈했다고 해요.
*예전에는 사당점은 주 1일, 창신점은 한 달, 연남점은 1년 단위로 공간을 내어주었는데 최근에 살펴보니 3곳 모두 정리되고 서울에선 대흥역 근처에 한 곳이 한 달 단위로 공간을 내어주고 있더라고요.
사실 이런 시도가 새로운 것은 아닐 텐데요. '요일가게'란 이름으로 매일 운영자가 다른 가게가 운영됐었죠. 어찌 보면 공유주방도 이 개념의 확장일테고요. 그런데 현재까지 운영되는 곳이 많지 않은 것을 보면, 오프라인이 더는 메인 구매공간으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시대의 변화도 한 이유일 것이고, 공간을 운영관리하는 것의 어려움도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소설;오일장 프로젝트에 눈길이 가는 것은, 창업 권장하는 사회에서,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창업 준비 과정을 나눌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짧지만 창업의 과정을 경험하면서 현실을 알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매번 새로운 공간과 콘텐츠를 찾는 사람들에게 소설;오일장은 한 공간에서 다양한 컨셉의 음료와 디저트를 정기적으로 경험할 수 있기에 새롭게 인식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난주에 서울에 있는 소설;오일장에 다녀왔는데요. 1월 한 달은 프랑스식 에그타르트인 '플랑'을 중점적으로 맛볼 수 있는 < 파티스리 영>이 운영하는 카페였습니다. 1월에만 매장에서 맛볼 수 있는 디저트라고 생각하니 더 애정이 가더라고요. 따뜻한 커피와 함께 쫀쫀한 텍스쳐가 그대로 느껴지는 플랑을 먹는데 진한 바닐라향과 타르트지의 바삭함이 어우러져 행복했습니다. 파티시에의 살짝 부산하면서도 정성스러운 움직임을 보니 절로 응원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
소설;오일장의 사례처럼, 서로 다른 주체들이 협력하며 만들어가는 비즈니스 모델은 사회적경제 영역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규모화된 사회적경제 조직을 이야기할 때, 하나의 조직이 규모화하는 방식도 있지만, 네트워크 형태로 연대와 협력을 통해 사업의 기회를 확장하고 참여 주체들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제로웨이스트, 웰니스 등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를 실험한다거나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한다거나 하는 방식으로요. 연대와 협동이 텍스트로만 읽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업의 경험 속에서, 협업 파트너로서의 관계 속에서 쌓여가는 사례들이 더 많이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그런 사례가 없는 것이 아니니까요.
덧붙임.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난 뉴스레터(#vol44 우물쭈물하지 않기로 해요)에서 성미산 이야기모임 일정을 잘못 안내해드렸습니다. 뉴스레터를 신뢰하고 읽어주시는 구독자분들께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못한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앞으로는 더욱 꼼꼼한 확인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