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세상에서 방황하다 발견한 구교환 배우의 인터뷰 한 장면 캡쳐가 마음을 울렸습니다. “침대에 누워있고 시간을 그냥 죽이는 걸 취미로 하고 있어요” 효율적으로 뭔가를 생산하는 게 미덕인 사회에서 시간을 죽이는 취미를 갖고 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니요! 음지에 머물러 있던 같은 취미를 가진 수많은 동지(...저 포함)들이 뛰쳐나와 환호를 지르지 않을 수 없는 발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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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활동에서 의미를 찾아야 하는 요즘입니다. 어쨌든 의미가 있다는 건 좋은 거니까요. 잠깐의 여유시간도 허투루 보낼 순 없죠. 취미마저도 언젠가 써먹을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해요. 누가 뭐라 하는 사람은 없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가 요구하는 무언의 압박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연말이니까요, 연말을 핑계 삼아 좀 느슨해져도 괜찮지 않을까요?
*구교환 배우의 인터뷰 멘트를 읽으며 들으면 좋을 노래로 구원찬의 허수아비를 추천합니다. 공교롭게 둘 다 '구씨'네요. 흠. 이것은 어떤 의미일까요?(아무 의미 없겠죠,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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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본질은 뭔가를 위해 ‘일하는’ 것 ‘뭔가를 기르는’ 것에 있다. 사랑과 노동은 따로 떼어서 생각하기 힘들다”라고 했다(<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s)>). 어떤 사람이 꽃을 사랑한다고 말하고는 꽃에 물 주는 것을 깜빡한다면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중략) 인간이 누군가를 위해 일할 때, 그것은 그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뜻이다. 반대로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사람은 그 누군가를 위해서 일한다. - <일과 인생>, 27~28쪽
얼마 전 읽은 책의 한 구절입니다.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거겠죠. 사랑의 본질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꾸 생각이 나고 눈길이 가는 것에 품을 들이기 마련이죠. 그렇게 애정을 쏟는 무언가가 있으신가요?
이 질문은, 뭐랄까 음, 일종의 빌드업(..)이죠. 이 뉴스레터는 사회적경제 분야의 논문을 살펴보는 목적성을 갖고 있으니 저 질문 뒤에 ‘저는 사회적경제 애정을 쏟고 있어요’ 혹은 ‘사회적경제가 애정의 대상이신가요?’라는 연속된 질문이 따라붙어야 하는데 말이죠. 하지만 안 되겠어요.
그게...요즘엔 잘 모르겠어요. 일하다 보면 점점 더 익숙해지다 보면 첫 마음이야 어쨌는지 저쨌는지 먹고사니즘과 연결되니 그냥 했던 일을 꾸역꾸역하는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이미 이 분야에 상당한 매몰비용이 있다고 하면 다른 분야로의 이직도 쉽지 않아요. 그러니 사랑이고 나발이고(앗, 죄송해요...) 단지 할 일을 하는 것에 그칩니다. 이것이 반드시 잘못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조직 안에서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무난히 맡은 바 임무를 해내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죠. 개인 차원에서는, 어떨까요? 괜찮은 것일까요?
경영학에서는 직무와 관련된 태도, 그러니까 직무만족(job satisfaction), 직무몰입(job involvement), 조직몰입(organizational commitment) 등에 신경을 씁니다. 태도가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되어야 조직에 이로운 성과를 낼 수 있을테니까요. 어중간한(?) 마음가짐으로 일을 하면 어떨까요?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지만, 딱히 최선을 다하는 것도 아닌 그런 상태 말이죠. 이런 상태에서 조직과 개인 각자가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되는지를 구체적인 데이터로 현상을 보면 좋겠다 싶지만, 숫자로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충실히 읽어낼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도 있어요. 구독자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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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뉴스레터는 논문 읽기가 아니라 지난 설문의 결과를 함께 나누는 것으로 정리하려 합니다. 논문 읽기를 기다리신 분들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리는 한편, 그동안 ‘오늘의 논문’에서 살펴본 논문 혹은 보고서를 살펴보실 링크를 공유합니다.
설문 내용을 살펴보기 전, 먼저 몇 분이 응답해주셨는지 말씀드리면요, 구독자의 약 56%인 184명이 뉴스레터를 오픈했고, 설문 링크 클릭은 27명이 해주셨어요. 그중 12명이 응답 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제일 먼저 던진 질문은 어떻게 ‘오늘의 논문’을 구독하셨냐는 것인데요, 대부분은 발행자의 홍보(ㅋㅋㅋ)로 구독을 하게 됐다고 답해주셨어요. 논문 관련 뉴스레터가 있을까 찾아보다 발견하셨다는 응답을 해주신 분이 계신데요, 그만큼 충실한 논문 읽기 뉴스레터인가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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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은 모름지기 객관식 응답이어야 답변이 수월한데 말이죠. 사례도 없는 설문이면서 열린 질문을 연달아 던졌습니다. 다시 한번 답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오늘의 논문’을 구독하는 이유를 여쭤봤을 때, 논문과 함께 다양한 이슈를 연결해 정보를 접할 수 있어 구독한다는 답변을 주셨어요.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일하고 계신 분도 계셨고, 이 영역으로의 진로를 생각하신다는 분도 계셨어요. 어딘가에서 스치듯 안녕한 인연들이 아니었을까 혼자 생각했습니다.
모든 질문에 답변이 궁금했지만, 특히 더 궁금했던 질문은 ‘오늘의 논문’에서 다뤘으면 하는 논문 주제에 관한 것이었어요. 답변 일부를 그대로 가져왔어요.
- 소셜섹터 종사자에 대한 논문
- 젠더
- 지자체마다 "00연구원"이 있는데요, 아무래도 서울연구원, 경기연구원이 연구실적에서 top을 달리지만 그외 지방의 연구원들이 소셜섹터를 어떻게 연구하는지, 해당 지역의 과제와 결부해서 어떤 연구를 하는지 살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수도권에 빨려 들어가는 구조인데도, 독자적인 소셜 섹터 연구를 하는 곳이 있다면 어떤 주제를 어떻게 다루는지.
- 임금, 복지, 고인 사람들......
- 연구자의 관심과 생각에 따라 선택하고 해석하는 지금의 방식이 좋습니다. 그래도 제 생각을 물으신다면... 사회적경제, 사회연대경제 뭐라고 불리든,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이야기라면 다 좋습니다.
지역의 연구원에서 소셜 섹터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재밌겠네요. 그리고 사람과 일, 일과 사람에 관한 연구를 살펴보겠습니다. 결국은 사람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어딘가에서 단단한 일상을 만드는 사람들이 분명 있으니까요. 참, 희망제작소에 어제(19일) '<특집좌담> 위기의 사회적 경제,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어요. 한 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해를 준비하는 시점에서 읽어보셔도 좋겠다 싶어요.
마지막으로 자유로운 의견을 적어주십사 질문드렸어요. 실존하는 구독자라고 살아 있다고(!) 적어주셨는데, 그쵸, 그쵸! 거기 계신 거죠? 감사합니다😭
어쩌다 우리는 사회적경제에 관심을 두게 됐을까요? 그저 관심이 있기만 해도 굉장한 일인데, 왜 한발을 더 내디디게 됐을까요? 이유야 각기 다르겠지만, 이렇게 서로 비슷한 관심사와 고민을 안고 치열하게 버티는 것은 닮았다고 해도 될까요?
설레는 첫 마음으로 항상 일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죠.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데 어떻게 같은 마음일 수 있겠어요. 하지만, 버티는 것만으로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버티다 보면, 흘러가는 시간에 쉼표를 넣고 작은따옴표를 넣다 보면 또 빛나는 순간이 오겠죠. 안 온다고요? 하지만 버티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또 인내했잖아요. 그 굉장한 과정을 거쳤는걸요. 그러니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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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에 시작한 뉴스레터가 벌써 29번째입니다. 2023년의 마무리는 30번째 뉴스레터로 정리해야지 했는데, 날짜 계산을 잘못해서(😞) 영 틀렸어요. 다음 주에 한 번 더 발행하거나 해서 숫자 30을 맞춰볼까 했지만, 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해서 이번 뉴스레터를 끝으로 잠깐 쉬어가려 합니다.(뭔가 얼렁뚱땅이다 싶네요...)
모든 일을 각 맞춰서 할 수는 없더라고요. 어딘가 어설프더라도 끊어야 할 땐 과감히 끊어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잠깐 쉬어간단 말씀을 드리려고 했는데, 거창해졌네요ㅎㅎ🤭 쉬는 시간 동안 사회적경제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게 보글보글 잘 끓여두려고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2024년에 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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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논문은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뉴스레터에 대한 간단한 의견이나 감상, 함께 나누고 싶은 생각이 있으시다면 남겨주세요.
오늘의논문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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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논문
📌문의 diveintocoo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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