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 은평구에 있는 ‘스테이션 사람’에 다녀왔어요. 지하철 6호선 새절역에서 내려 골목길 하나를 들어가니 이내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의 정거장’ 역할을 할 스테이션 사람이 보였습니다. 무지개 깃발이 눈에 들어왔거든요!
‘2024 대안금융포럼’에 참석하려는 목적을 갖고 찾은 공간이었는데, 짧게나마 공간을 둘러보며 사람이 모이고 머무는 공간 그 자체가 가진 힘을 생각했습니다. 알고 보니 스테이션 사람은 4,100여 명이나 되는 기부자들의 정성으로 세워진 공간이었어요. 건물 입구부터 기부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기부자 담벼락이 반겨줬습니다. 옥상까지 연결되는 엘리베이터로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성소수자를 생각하는 ‘성중립 화장실’까지. 스테이션 사람을 설계한 황두진 건축가의 말처럼 누구에게나 열린 ‘환대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면 좋겠단 바람을 자연스레 갖게 됐습니다. 새삼 머무는 공간에 익숙해지면서, 공간이 품고 있는 가치와 의미에도 익숙해지는 것이 아닌가 싶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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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서울은 공공의 공간이라는 것이 손에 꼽히는 것 같아요. 돈을 내지 않고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습니다. 공원, 거리, 광장 등 누구나 아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공간은 우연한 마주침과 어떤 이유에서고 거절 받지 않는다는 안전함을 함께 갖고 있습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낯설지만, 어딘가 익숙한 사람들의 수많은 마주침과 헤어짐이 이뤄집니다. 그렇게 열린 공간은 그 자체가 위로와 공감의 공간이지 않나 싶어요. 적어도 제겐 그렇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가장 아끼는 공간 하나를 소개해봅니다. 서울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이 그곳인데요, 탁 트인 공간이 주는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어요. 가끔은 박물관이 목적이 아니라 공간을 경험하고 싶어 일부러 찾아가기도 합니다. 특히 화창한 날엔 계단 어디고 아무 데나 철퍼덕 앉아 마냥 시간을 보내기 좋습니다. 얼마 전 시작한 특별전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의 내용이 좋다는 소문이던데요, 시간 되신다면 함께 둘러보고 오시길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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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뉴스레터는 유독 구구절절 썰(..)이 길었네요. ‘2024 대안금융포럼’에 다녀온 이야길 하고 싶었는데 말이죠.😅 대안금융포럼은 올해 벌써 3회째를 맞이했다고 해요. 한창 사회적금융, 공동체금융을 공부한다고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 읽고 공부했었던 아련한 기억을 붙잡고 포럼에 참여했어요.
기조발제를 맡은 문진수 사회적금융연구원 원장님께서 < 공동체금융의 사회적 역할과 지속발전 가능성>이란 제목으로 발제를 해주셨는데요, 현재 사회적경제에 속한 식구들의 예금자산만으로도 상당한 규모가 될 것이라는 지적, 일반 금융과 공동체금융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때 공동체만이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있어야 한다는 언급 등이 기억에 남아요.
하지만 무엇보다 발제를 마무리하며, “공동체금융을 고민하는 분들은 또라이들인 것 같다”는 다소 충격적 발언이 임팩트가 너무 컸어요. 서로의 관계와 신뢰를 기반으로 공동체의 끝(?)이라 할 수 있는 기금을 만들고, 이를 통해 서로돌봄이 가능한 체계를 만든다는 게 맨정신으로 쉽지 않겠죠. 공동체금융의 가치와 의미에 확신을 갖고, 그 가능성을 확장하겠다는 단단한 의지가 기반이 되어야 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날 현장에서 만난 분들의 상당수는 또라이(..) 였다고 감히 말해봅니다.
이날 청년연대은행 토닥, 공동체은행 빈고, 마포공동체경제 모아, 천안사회적경제연대 천사금고까지 총 4개 사례 발표가 진행됐는데요, 청년, 지역, 사회적경제라는 주제별로 어떻게 기금을 모으고 있으며, 또 공동체의 필요에 따라 어떻게 기금을 집행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빈고 2009년, 토닥 2013년, 모아 2021년, 천사금고 2023년. 2009년 시작한 빈고부터 지난해 시작한 천사금고까지, 15년의 세월 동안 너와 나의 어려움을 스스로 해결해가려는 공동체금융의 경험이 계속 쌓여가고 있습니다. 공동체금융의 과거와 현재를 한 곳에 확인할 수 있는 공통의 플랫폼이 있다면, 더 많은 사람에게 공동체금융의 가치와 의미를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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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금융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측면에서 다양한 금융 실험이 이뤄지고 있죠. 공동체금융, 지역금융, 협동금융, 사회적금융 등 대안금융의 실험이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려왔습니다. 제게 보고서는 그 흐름을 전반적으로 훑어볼 수 있는 자료였습니다.
연구자들은 “공동의 자산을 형성하기 위해 금융을 활용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대안적인 금융 실천과 시스템을 모색하는(보고서 본문 6쪽)” 국내외 대안적인 금융 공동체 사례를 탐색합니다. 지역자산화 측면에서 공간조성을 위해 대안금융을 활용한 사례(건맥1897협동조합, 사람과공간, 해빗투게더), 지역순환경제와 대안금융을 결합한 사례(마포경제공동체 모아, 도토리회) 등 12개 국내 사례를 형성과정과 구조 측면에서 살펴보는 한편, 기존의 금융 제도, 지역 및 공동체, 그리고 다른 대안금융과 어떻게 관계 맺는지를 확인합니다.
적은 자본 규모로 운영되는 대안금융 단체들은 수익 추구가 목적이 아니므로 지속가능한 운영이 쉽지 않습니다. 연구에 의하면, 조합원의 회비나 외부공모사업 등이 주된 운영비의 출처입니다. 운영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지속가능성과 리스크 관리 능력의 향상(보고서 본문 55쪽)”하기 위해 규모화를 고민하기도 하죠. 이는 지역(공동체), 대안금융 조직 간의 관계맺기로 나아갑니다. 예를 들어 공동체은행 빈고는 마포경제공동체 모아, 다람쥐회, 도토리회 등과 관계를 맺고 서로의 경험과 모델을 참고합니다. 지역자산화로 대안금융을 접한 단체들(건맥1897협동조합, 사람과공간, 해빗투게더) 또한 공간 마련과 자금 조달 과정에 대한 경험 및 지식을 공유하고요.
연구자들은 대안금융이 상호 신뢰와 관계에 바탕해 작동하기 때문에 공동체의 규모가 커질수록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유동성 위기 등에 대비하기 위해 큰 자금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고요. 그래서 연구자들은 “개별 공동체들은 소규모로 존재하되, 각 조직들을 잇는 네트워크가 안전망으로서 필요(보고서 본문 68쪽)”하다는 의견을 냅니다. 실제로 풀빵과 전국주민협동연합회와 같은 ‘조직들의 조직’이 있죠. 대안금융이 만들어가는 ‘대안’은 교차하는 관계, 그 자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기존의 금융시스템 일부를 차용하기도 하고 또 변형하기도 하고 그렇게 엮인 구조 속에서 함께 대안을 만들어가는 여러 조직과 새로운 실천을 모색하기도 하고요. 관계 맺기로 확장과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유연함이 대안금융의 또 다른 특징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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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들은 외국 사례로부터 제도화의 다양한 시도를 보여줍니다. 법적으로 은행 자격을 인정받거나 대부업체로 등록해 여신 업무를 진행하거나 하는 등이요. 국내 대안금융 조직을 단일한 제도에 포섭할 순 없을 텐데요, 그 다양성을 단일한 제도로 구획할 순 없으니까요. 대안금융이 우리 일상의 금융으로 인식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금도 고군분투하는 대안금융 조직들을 리스펙할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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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소비자협동조합인 Co-operative Group은 경영위기로 2013년 코업은행 주식의 80%를 헤지펀드에 넘겼습니다. 이후 사모펀드 투자자 그룹이 소유하고 있었고요. 그러다 이번에 주택금융조합이 인수하게 된 거죠.
가디언의 기사에 의하면, 코벤트리 주택금융조합 관계자는 지난해 비콥(B Corp) 인증을 받은 조직으로 직원과 고객, 지역사회, 환경과의 관계에 있어 높은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윤리적 은행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는 조직이기도 하고요. 저는 다른 것보다 사회적 가치를 표방하는 금융 조직이 이만큼이나 규모화되어 있고, 사회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 부럽더라고요. 물론 우리에게도 신협이 있지만요. 본래의 미션에 집중한 규모화된 조직의 사례를 우리 사회에서 더 많이 찾아볼 수 있겠죠?🤗 그렇게 우리는 계속 걸어갈 것입니다. 가능성과 기회를 상상하며, 이번 뉴스레터를 마무리해봅니다. 건강 유의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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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논문은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뉴스레터에 대한 간단한 의견이나 감상, 함께 나누고 싶은 생각이 있으시다면 남겨주세요.
오늘의 논문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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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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