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알았습니다만 꼭 소개하고 싶은 뉴스레터가 있어요. 배달 플랫폼 요기요에서 발행한 뉴스레터 ‘요기레터’입니다. ‘식품 생산의 현장에서 직접 가서 본 걸 전한다’는 모토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발행됐는데요, 최첨단 공장에서 작은 부엌, 외식기업의 연구소부터 철원의 와사비 농장까지 본격 ‘K-푸드 시스템’을 탐사하고 있습니다. 저는 먹는 것만큼 먹는 것에 얽힌 이야기도 좋아하는데요, 그런 니즈에 맞춤 뉴스레터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요즘 간짜장을 하지 않는 중식당들이 늘어나고 있거든요. 간짜장이 손이 많이 가는 것에 비해 마진이 박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좀 더 가격을 올려서 삼선간짜장으로 업그레이드를 해서 내놓는 식으로 대응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주변에 간짜장 잘하는 중식당이 있으시다면, 사장님의 중식 철학을 한 번 살펴보시면 좋겠어요. 우리 동네 숨은 고수일지도요!💪 하루 세끼 챙겨 먹는 것이 일상이라 하지만, 막상 먹는 것에 무심하잖아요. ‘무엇을 먹을까’라는 고민에 시대 변화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얹는다면 어떨까요? 편의점에서 사 먹는 떠먹는 요구르트가 어떤 하이테크의 산물인지, 값비싼 문어를 위해 바다 위에서 누군가는 어떤 일을 하는지, 그 과정을 알고 나면, 그 찐-한 연결고리에 놀라고 마니까요.
뉴스레터 속 컨텐츠가 지난해 10월 책으로 출간됐더라고요. 관심 있는 분들은 책을 살펴보셔도 좋겠습니다. 저는 미나리 생산자분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어요.
“친절하고 수다스러운 김성기가 한재 미나리의 설계자이자 집행자다. 이 모든 아이디어는 그로부터 왔다. (중략) 현재 미나리는 가격정책 면에서도 남다르다. 한재 미나리의 가격은 언제 어디서나 고정되어 있다. 1킬로그램에 1만원을 유지하다가 올해 물류비 등을 이유로 1만 2천원으로 인상했다. 작황따라 가격이 바뀌는 다른 농산물에 비하면 해에 따라 수익률이 낮을 수 있으나 김성기의 뜻은 명확하다. 큰 욕심을 부리자. 일희일비하지 말고 길게 가자는 뜻이다. 한재 미나리는 11월부터 6월까지의 생산철 중 1월은 쉰다. 추워서이기도 하고, 그동안은 다른 미나리 생산지역이 팔면 된다는 논리 때문이기도 하다. 김성기는 확실히 남다른 세계관이 있는 사람이었다.” - <모던키친> 미나리: 미나리 마을 사람들, 360~361쪽
한재 미나리 가격이 고정된 이유가 이런 철학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누가 알았겠어요. 누군가는 이런 단단한 마음으로 무언가를 키우고 있고, 또 그걸 알아보는 누군가가 있는 거겠죠. 그렇게 청도에서 생산한 미나리가 전국 곳곳에서 자신의 향을 냅니다.
사실 이런 콘텐츠가 아주 낯선 것은 아녜요. 생협(소비자생활협동조합)에서 꾸준히 생산자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니까요. 많은 경우에 지금 이 시대에 사람들이 어떤 것에 반응할지 또 어떤 것이 필요할지 고민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 역시 대중입니다. 대중성 있는 그 무언가가 필요하단 이야길 하잖아요. 우리가, 내가 좋아하는 걸 해도 되는 것이 아닐까요?(물론 엄청 열심히 말이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 하는데, 기존에 있는 걸 조합해서 ‘새로워 보이게’ 하는 것은 어떨까요? 그런 생각이 켜켜이 쌓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