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2023년 새해가 시작되고도 한 달이 훌쩍 지났습니다. 입춘이 지나갔다니요! 겨울의 한 가운데 서 있다고 생각했는데 봄의 시작이 성큼 다가왔네요. 이제야말로 2023년을 제대로 시작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네, 지난 한 달은 지금을 위한 워밍업의 시간이었던거죠!).
잠깐 쉬어가는 동안 더 많은 자료를 읽는 시간을 보내겠다고 마음먹었는데요, 어째 격주로 뉴스레터를 보낼 때보다 자료 읽기에 소홀했네요. 생각을 갈무리하는 시간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시즌2(라는 이름을 붙이기 부끄럽지만요) 뉴스레터를 시작합니다. 이것저것 정비를 해보려 했는데, 일단 시작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나가려고요. 충분한 마음의 준비 없이 시작된 새해처럼 이번 뉴스레터도 불쑥 그렇게 시작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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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그 집
삶의 기본 요소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흔히 의식주를 이야기합니다. 물론 의식주에 그치지 않겠지만, 사람살이의 기본적인 필요 요건을 충족시킨 다음 또 다른 필요를 따져볼 수 있겠죠.
삶의 기본 요건 중에서도 요즘 제 관심사는 ‘집’입니다. 부동산에 관한 뉴스는 거의 매일 나오는 것 같아요. 최근엔 정부의 규제 완화, 부동산 거래량 감소, 시장 침체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뉴스들이 쏟아집니다. 여기에서 집은 주거기능보다는 자산으로서 투자기능으로 이해되는 듯해요. 집은 ‘사는 것(buying)’이 아니라 ‘사는 곳(living)’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아직도 집을 단순히 편안한 안식처로만 바라보기는 쉽지 않은 일인 듯합니다. 어떤 지역의 어떤 집에서 살고 있는지, 얼마짜리 집인지, 몇 평인지… 집을 둘러싼 물음은 집과 그 사람의 사회·경제적 위치를 같은 선에 두려는 물음일지 모릅니다. 집은 “ 곧 돈이며, 높은 경제적 위치이자, 높은 사회적 지위*”라는 인식이 있으니까요.
*이서윤, 「집, 구별을 낳는 욕망의 공간」, 대안사회를 위한 일상생활연구소, 일상과 주거, 한울, 2018
하지만 집에 대한 이 견고한 인식에 조금씩 균열이 나고 있습니다. 더는 집 장만이 인생의 목표이자 성공한 삶의 척도로 읽히지 않기 때문이겠죠. 특정 지역의 값비싼 주거 공간을 살아생전(..) 근로소득만으론 절대 장만할 수 없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일까요. 그렇게 집의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정말 ‘집’이 ‘사람’에게 ‘왜’ 필요한지를 따져 묻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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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커뮤니티'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집은 어떤 모습일까요? 획일적인 삶의 모습이 아니라 다양한 삶의 모습을 담아낼 수 있는 집에 대한 상상을 해봅니다. 대학 비진학자들에게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보장하고 이들의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된 '다다다 협동조합'의 DA같이사는집(구로), 전북 전주여성의전화 소모임에서 시작해 중장년 여성 1인가구의 정치, 사회, 경제적 어려움을 주거공동체를 통해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비비협동조합'의 주거공동체 활동 등 다양한 시도가 이미 우리 주위에 있더라구요😊
좀 더 멀리 외국 사례를 확인해볼 수도 있습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협동조합 주택 Entrepatios에는 현재 17가구가 거주하고 있답니다. 가구별로 약 5만 유로를 지출해 토지를 구입하고 나머지 부족한 금액은 윤리적 은행(ethical banking)인 프아레(Fiare)와 트리오도스(Triodos)를 통해 조달했고요. 건물 설계부터 탄소중립을 고려한 Entrepatios는 공용 차고에 크고 작은 자전거 50여대를 두고, 옥상 바닥의 방수를 통해 빗물을 모아 여과하는 큰 수조를 설치해 화장실과 정원에 재사용하는 등 다른 삶의 방식을 보여줍니다. 여기에 더해 공동 돌봄과 공동 육아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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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repatios는 마드리드 최초의 탄소발자국 제로 주택협동조합 타이틀에 빛납니다. 그 시작은 2002년 마드리드 출신 청년 약 50명이 시작한 주택협동조합 프로젝트 Covijo부터입니다. 마드리드 시의회에 협동조합이 관리하는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땅을 달라고 요청한 뒤 20여년이 훌쩍 지나 이들은 주택협동조합이 필요한 당사자들이 모여 Entrepatios라는 결과물을 일궈냈습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전세계 비영리 조직과 사회공헌 활동 관련 정보를 폭넓게 제공하고 있는 셰어러블의 기사를 참고해주세요!
이러한 시도의 공통점은 '커뮤니티'입니다. 공동체성을 강조합니다. 사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있죠. 처음부터 아파트형 마을공동체를 표방한 위스테이(WeStay)입니다. 위스테이는 가장 자본주의적인 아파트라는 주거 공간에 공동체를 결합시켰습니다. 아파트형 마을공동체를 표방한 위스테이는 입주예정자 전원을 협동조합 조합원으로 구성해 정식으로 입주하기 전부터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활동을 펼쳤습니다. 위스테이는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국토교통부 시범사업)으로 "다른 곳에서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특별한 케이스"입니다. 올해 1월의 협동조합으로 ‘ 위스테이별내 사회적협동조합’이 선정되기도 했죠. 총 491세대가 거주하고 있는 위스테이는 삶의 필요 요건이라기엔 왜인지 낯선(!) 공동체성을 어떻게 담아내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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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의 논문은
논문은 주민주도의 참여와 자발적 문제 해결 방식을 통해 돌봄(사회적 재생산)의 문제를 극복하려는 위스테이의 시도에 주목합니다. 기존의 아파트와 달리 위스테이는 시작부터 조합원 교육을 합니다. “공동체에 대한 교육을 받고 이를 통해 공동체라는 것을 재인식하는 과정을 경험하”였기 때문에 구성원들은 아파트를 살아가는 곳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공동체가 함께 생활하는 곳으로 말이죠. 연구자는 이러한 인식의 변화가 있었기에 돌봄의 이슈에 대응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이 만들어졌다고 봅니다. 모두가 호혜적 관계에 바탕한 공동체에 대한 깊은 이해 속에 위스테이에 입주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혼란과 갈등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설정된 값이 아닐까 감히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공동체의 접점 속에서 해결하는 것이 위스테이의 독특한 점이라고 봅니다.
위스테이의 위원회 중 하나인 “돌봄위원회 활동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뿐 아니라 마을의 누구나 돌봄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인데요, 그래서 기존의 육아공동체와 달리 모두가 돌봄과 재생산에 자연스럽게 결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위원회 활동이 여성 중심으로 이루어져 “돌봄의 젠더적 성격을 지워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고요.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돌봄의 위기에 해결방안을 함께 만들어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었다는 것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그 유연하고 즉각적인 대응도 공동체로 엮인 생활을 해왔기에 가능한 것이겠죠. 위스테이가 삶의 공간에서 펼치는 다양한 이야기들에 관심을 기울여야겠습니다. 이런 시도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국 사례로 가득한 사회적경제 자료집들을 국내 사례로 가득 채워 업데이트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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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섭 교수는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서 더 많이 연결되어 있을수록 더 오래 살며, 물리적 거리보다는 당사자가 인지하는 사회적 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연결될수록 건강할 수 있다는 건데 말이죠. 결국은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생각을 주고받는 것이 중요한 거겠죠? 말로는 쉬운데 행동으로 옮기긴 왜 이리 어려울까요. 일터와 삶터에서 ‘생활’을 한다는 건 곁을, 품을 내어주는 것이구나 싶습니다.
기후 위기, 일상의 위기 속에서 삶의 필요를 가까운 사람들과 채워갈 수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겠죠. 그런 감사한 일을 저 자신도 만들어봐야지 싶어요. 요즘 같을 때일수록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활동이 더 필요하다 싶으니까요. 일상의 삶 속에서 행동하고 서로 유대를 느낄 수 있는, 그런 2023년이 되길 소망해봅니다. 그런 소망을 담아 이번 회차 논문 읽기를 마무리합니다!
*오늘의 논문은 쏟아지는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경제 관련 연구 자료들을 한 두 꼭지씩 살펴보는 뉴스레터입니다. 격주로 드문드문 발행합니다. 시즌1을 지난 12월 마무리하고 다시 두 번째 시즌을 시작했습니다. 함께 읽고 나누고 싶은 논문이 있다면 편하게 의견을 보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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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논문
📌문의 hyojin.shin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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